본문 바로가기

내돈내산 리뷰

책추천) 아몬드 / 손원평 장편소설

얼마전 서점에 갔다가 책을 하나 사왔다.

정말 오랜만에 간 서점, 정말 정말 오랜만에 종이 책.

요즘은 모바일로 책을 자주 읽는데 편리함은 크지만 확실히 종이책을 읽을 때 더 몰입되고 집중된다.

종이 한장한장을 넘기다가 생각나는 구절은 다시 되돌아가서 기록해두기. 그리고 새 책에서 나는 종이냄새. 역시 책은 종이책이 최고다. 

책 중에서도 자기계발 도서는 읽기는 쉬운데 남은게 없는 느낌이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소설 책을 찾던중 손원평의 장편소설 '아몬드'를 보았다.

서점에서 책의 앞부분 몇장을 읽어보다가 훅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바로 구매까지 해버리고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길게 집중을 못하는 급한 성격인 내가 소설 한권을 후루룩 읽는다는건 그만큼 기독성이 엄청 좋다는 뜻!

어렵지도, 굳이 애써서 생각을 할 필요도 없는 소설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마음이 뭔가 '쿵'하고 내려앉은 느낌이였다. 뭐랄까. 뭔가를 깨달은것 같기도하고, 뭔가를 놓친것같기도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였다. 


 이 책의 아몬드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뇌에서 감정, 특히 공포에 반응하는 편도체를 라틴어로 아미그달라 (Amygdala)라고 하기도하고, 이는 라틴어로 아몬드를 뜻하기도한다. 편도체는 작은 구형의 아몬드처럼 생겼으며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극심한 공포를 느끼거나, 공포에 휩싸인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편도체가 활성화되지 않거나 편도체의 크기가 작다고한다. 

여기서 주인공은 '아몬드'의 크기가 작아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느끼거나 공감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아마도 반대로 '아몬드'의 크기가 조금 더 큰편이 아닐까 싶다. 때로 감정과잉이라 느껴질때가 많을 만큼 쓸데없이 눈물부터 왈칵 쏟아져서 하고싶은 말을 미처 다하지못한다던가, 별 이유없이 우울해졌다가 사소한 것에 또 갑자기 기분이 방방 뜨는 순간도 있다. 누군가의 아픔에 내 일처럼 안타까워하는 감정이 소용돌이 칠때가 종종 있다. 가끔은 그때그때 내 감정들을 따라가다 순간의 감정에 판단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대처하거나 행동한적은 극히 드물었다. 그저 내 감정에 몰입했을 뿐. 

여기서 잔인한 사람은 누구일까.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감정을 못느끼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못하는 소설의 주인공과 타인의 감정에 내 일처럼 몰입할 만큼 공감능력이 좋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해결해주진못하는 일반적인 사람. 그 누구도 공포의 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하기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 어려운 일을 평범한 우리가 아닌 특별한 주인공이 해내는 순간, 감정없는 주인공이 평범한 우리는 못할 행동을 했을 때 나는 그때 머리가 쿵 했다. 

이 소설 한권이 나에게 준 의미는 컸다. 그 의미를 명확하게 표현하긴 힘들지만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기이전에 그 아픔을 위해 작은 무언가라도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